도민호:어... (운전에 집중하느라 정신이 없다.) 저, 정신이 좀.. 들어요? 다행이네...
오광철:다행이고 뭐고 내 알 바 아니고 이거 뭐냐고. 왜 갑자기 사람을 납치해?
도민호:기, 기억 안 나는구나... 안 나도 어쩔 순 없고... (대충 얼버무리고 계속 엑셀을 밟고 있다.)
오광철:지금 말 돌려? (계기판에 시선 잠시 뒀다가 한숨 쉬며 시트에 기댄다. 말 걸어봤자 제대로 된 대답을 하는 거 같지도 않은데 창밖이나 좀 볼까...) 나중에 제대로 말해.
차내를 잠시 둘러보면, 뜬금없는 빈티지 왜건입니다.
물론 처음 보는 차입니다.
곳곳에 덜 닦은 먼지가 껴 있으며 불안한 타는 냄새가 진동하고 있습니다.
속도 계기판의 바늘은 방금 180을 넘어 190을 향하고 있네요.
차창 밖을 보면, 너무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기에 제대로 보이진 않습니다.
다만 무수한 불빛이 빠르게 스쳐 지나가고 있고 건물로 추정되는 이상한 건축물들이 보입니다.
쓰레기 냄새가 진동하는 도시에서, 돌투성이 도로를 질주하고 있습니다.
확실한 건 연기로 가득 찬 대기 너머에, 달 대신 기이하게 거대한 행성의 모습이 보입니다.
SAN 1/1D3
오광철:
SAN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82
판정결과:
실패
2
오광철 이성 -2
오광철:... 저거 뭐야? 꿈인가.
도민호:차.. 차라리, 기억하지 못하는 게 다행인 것 같네요..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오광철:(뭐지.........) 우리 우주여행 패키지라도 당첨됐어?
도민호:우, 우주여행은 무..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예요..? ... 빨리지구에 돌아가야죠..!
지구?
그럼 여긴 어디란 거죠?
오광철:(우주여행패키지군...)
우주여행 패키지.
도민호:하아... (떨리는 한숨을 한 번 쉬며) 이, 이런 곳에도 차가 있다니... 평생의 운을 다 썼어... 일단 도망가고 생각해보자..... (중얼중얼거린다.)
오광철:응? 우리 도망가야 해? 왜? 누가 따라와? 잡아줄까? 팔만 풀어주면... (우주여행이라 생각하니 좀 편해진 듯... 그치. 우주에 왔으니 지구로 돌아가야지... 외계인 침공 이벤트 무시하고 편하게 창문에 머리 기댄다.)
도민호:... 따라오는 거요?
버, 벌레..!
라고만 답합니다. 아, 바빠요.
오광철:벌레? (뒤쪽 확인해도 되나요?)
뒤쪽을 돌아보면 아무것도 쫓아오지 않습니다.
아무것도 안 쫓아오는데 이렇게 도망치는 것도 미친 것 같습니다.
오광철:벌레 없는데?
(뭔지 모르겠고 일단 속도감은 재미있으니 됐음...)
아무튼,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누다 보니 이 상황도 상황이지만 저쪽 상태도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일단 눈은 충혈되어 있고, 코피까지 흘리는 데다가, 수상한 검은 액체가 전신에 묻어 있습니다.
오광철:... 엇. (다쳤나? 민호 빤히 살핀다...) 검은색 뭐야 (냄새 맡아볼래요!)
오광철 관찰 판정
오광철:
관찰력
기준치:
35/17/7
굴림:
1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도민호의 뒷목에 무언가 반짝이고 있습니다.
몸이 묶여서 제대로 살펴보긴 힘듭니다.
몸에서는 ... 잉크 냄새가 납니다.
오광철:(킁킁)
냄새를 맡든 말든 운전하기 바쁘네요.
오광철:옷에 잉크 묻으면 빨기 힘들 텐데. (피랑 잉크가 섞이면 어떻게 되지? 같은 생각이나...)
도민호:... (잠시 피곤한 듯 운전을 계속하다가 눈을 게슴츠레 반쯤 뜬다.) 광철 씨, 자.. 잘 들으세요.그들이 우리에게 분명.. 무슨 짓을 저질렀어요...어, 어떻게든.. 빠져나왔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 진..... (숨이 가빠오는 것 같다. 헉, 하고 한 번 힘든 숨을 들이쉬고 내뱉더니,)
V자 계곡에 들어선 이 시장은 지상에도 발 디딜 틈 없는데 각종 위험한 계단과 다리가 전후좌우로 뻗어 건설되어 있고,
암벽을 깎아내어 가게를 낸 사기꾼들이 호객행위를 벌여 더 정신없습니다.
거대 벌레 같은 것을 타고 가는 외계인과 소음을 유발하는 기계들.
비늘과 지느러미가 달린 인간, 날개를 접고 횃대에 앉은 해골 새,
그리고 공중에 위험천만하게 떠 있는 UFO나 인공위성의 중간쯤 되는 것들.
처음 보는 요상한 광경에 SAN 0/1
도민호:
SAN Roll
기준치:
67/33/13
굴림:
4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신기하당.)
이성 감소 없음
오긴 했는데... 이제 어떡할까요.
도민호:(민호를 계속 끌고 다닐 수는 없으니 숙소 같은 게 있는지부터 찾아야겠지. 하지만 돈이 없으니... 소매치기를 하자!)
소매치기 ㅠㅠ
그러면.. 선호 외계인 같아 보이는 사람을 하나 잡아서 소매치기 해 봅시다.
도민호:(선호외계인찾기...)
저쪽에 지구인과 모습이 꽤나 비슷해 보이는 외계인이 하나 있습니다.
소매치기를 시도한다면 민첩 판정
도민호:
민첩
기준치:
65/32/13
굴림:
1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광철은 매우 능숙하게 소매치기를 합니다. 외계 돈?을 조금 얻었습니다.
도민호:(그럼 이제 민호를 눕힐 방을 찾아봅시다!)
방을 찾으려고 해도... 간판은 전부 외계어로 달려있네요.
선호 외계인을 한 명 더 찾아 도움을 요청해볼까요.
도민호:아 맞다 언어... (선호 외계인 다시 찾는다!!!!!)
기이한 옷차림의 마술사가 있습니다. 뒷모습으론 꽤 사람 같아 보입니다.
말을 걸어볼까요?
도민호:(말건다!) 마술사님 마술사님. 여관 어딘지 알아?
광철의 말에 마술사가 뒤를 돌아봅니다.
코가 길고 머리를 민 사람처럼 보이지만, 오른쪽 눈의 눈동자가 세 개입니다.
평범한 인간 같진 않습니다.
현자:음? 여관?
(뒤에 질질 끌려온 광철 몸의 민호를 본다...) 혹시 뒤에 계신 분은 환자인가요?
도민호:응. 애가 일어나지 않아. 눕힐 곳 필요해.
현자:아... (광철 모습의 민호를 눈으로 훑어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턱을 매만진다.) 큰 걱정 마십시오, 심각한 문제는 아닌 것 같으니.
아, 제 소개가 늦었군요. 저는 드림랜드의 현자라고 합니다. 마력을 받고 대상을 치료해주는 일을 하고 있죠. 괜찮으시다면 제 간이 치료소로 오셔서 치료받고 가세요. 눕힐 베드도 충분하니까요.
도민호:오. 치료해 주는 거야? 그럼 갈래~ 마침 만난 게 의사라 다행이다. (그런데 마력이 뭐지? 우리도 쓸 수 있나? 정 안 되면 나중에 돈 주지 뭐...) 빨리 치료소로 안내해 줘~
현자:저를 따라 이쪽으로 오십시오.
현자를 따라가면 간이 치료소에 도착합니다.
(GM):간이 치료소에선 마력을 지불하고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마력 1점 당 체력 1점이나 이성 2점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택일이니 잘 생각해서 고르세요. KPC(민호)는 체력만 회복할 수 있습니다. 물론 KPC(민호)의 마력을 차감합니다.
도민호:(민호 회복시키자!)
(GM):몇 점 회복시킬까요?
도민호:(5점?)
도민호 마력 -5 체력 +5
현자는 민호의 이마에 손바닥을 대고 무어라 중얼거리더니 금방 치료를 끝마칩니다.
어디선가 살짝 청포도향이 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도민호:(청포도 사탕 먹고 싶어졌어.)
민호가 깨우거나 궁금한 것에 대해 현자와 문답할 수 있습니다. 둘 다 해도 되고요.
도민호:(다시 흔들어 깨운다.) 일~어~나~ 1교시 시작했어~
쓰러졌던 민호가 정신을 차립니다.
오광철의 모습을 한 도민호가 머리를 부여잡으며 일어납니다.
오광철:어, 어지러워...
도민호:오. 일어났다. (앞에 앉아서 브이~) 나 누구게.
오광철:... (브이~ 하고 있는 자기 자신의 모습을 보고 실눈을 뜨더니 눈을 비빈다.) 나... 죽은걸까..
도민호:응 우린 우주여행 패키지에서 죽었고 여기는 사후세계야.
원래대로 돌아가고 싶으면 죽기 직전 알고 있었던 모든 사실을 털어놓아라~
오광철:으으... 사후세계.. 으어엉... 싫어.. (우는 소리를 내다가 갑자기 우주여행 패키지라는 말에 우뚝,) ... 과, 광철씨?
도민호:(내 얼굴로 우는소리하는 거 기분 묘하당.) 응? 내가 왜 광철이야? 하하, 농담도 참... 나야 나, 엔진펄스의 도민호.
오광철:... (식은땀 삐질, 흘리다가 벌떡 일어나서 창가로 간다. 비치는 것이 제 모습이 아닌 오광철임을 확인한다.) ... 오, 오광철이잖아..! 어, ......................... 어... 어쩌다가..? (막... 얼굴 만져본다.) ... 꿈,은 아니겠지... 그런... (제 모습을 한 광철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 사, 사실을 털어놓으라고 하는 거 보니 ...아직기억은 돌아오지 않았나 봐요...?
도민호:아. 얼굴 볼 수 있어? 재미없어~ (다가가서 볼 꼬집어준다. 아파?) 응 나야. 그런데 네가 운전했고, 네가 기절했고, 네가 이상한 빛 터트리고, 네가 쓰러진 건데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를 왜 나한테 물어? 내가 잃어버린 기억이 뭔데? 말해.
오광철:아, 아야..! (볼 꼬집힌다.) ... 그, 그랬었군요.. (천천히 주변 상황을 파악하며 다시 자리에 앉아 말을 잇는다.) 기억은... 차라리 기억 못 하는 편이 더 나을 거예요... 어차피, 말 해줘도 계속.. 잊어버리기도 하고... (두리번 두리번... 하다가 흠칫, 놀란다. 외, 외계인이다...)
도민호:이번엔 안 잊어버릴지도 모르잖아? 알려줘. 뭔데. 뭐냐고~ (민호 붙잡고 탈탈 턴다. 그러다 결국...) 안 알려주면 네 몸 먹게 만들 거야. (현자에게 팔 들이댄다...)
오광철:으, 으아아아, 으아악!! (팔 들이대는 광철 보며 기겁)
현자:(곤란)
도민호:먹어. 그래야 민호가 말을 듣지. (ㅡ"ㅡ)
현자:저는 인간을 식사거리로 삼진 않아서 말이죠. (고개 절레절레 흔든다.) 이 행성의 외계인들은 대부분 인간에게 호의를 베푸는 편이거든요.
도민호:응? 진짜? 요즘 외계인은 친절하네. (...) 엇. 그럼 우리 인간인 것도 알고 있었어?
오광철:저, 저희는로의 시장으로 가는 길이었어요... 거기에 가면,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들어서... 과, 광산에 붙잡혀 있었거든요... (혹시라도 팔을 뜯어먹힐까 봐 추욱 늘어져서 말한다.)
도민호:응? 우리 탄광노예야?
현자:당연하죠. 이 곳에서도 인간은 의외로 자주 보인답니다.
당신처럼 불시착한 인간들도 가끔 있어요. 로의 시장을 찾는다면 이미 이곳인데. 지불할 대가만 있다면 원하는 것을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르죠. 볼 일이라도?
도민호:(세상이 발전했네. 우주여행 패키지가 그렇게 많았구나...) 그럼 나 지구로 돌아갈 겸 UFO 가지고 싶어. 요즘 시세 어느 정도 해?
현자:아, 지구인이라면 우주선 대신 우주감로주를 구매하는 걸 추천합니다. 우주선의 질은 그리 좋지 못하고, 운전하는 방법도 모를 테니...
지구로 돌아가는 법이라..... (조금 고민하는 눈치다.) 그런 건 저도 알기 힘들군요. 시장 주인인로에게 물어보는 것은 어떻습니까.
도민호:감로주? (익숙한 이름인데... 주머니 속 종이 뒤적거린다. 내용 확인하고는.) 이미 마셨대. 둘 다. (...) 아 로가 사람 이름이야? 시장 주인이 아는 것도 많네... 어디로 가면 되는데?
현자:이런. 하기야... 지구로 돌아가려면 인간의 육체로는 조금 멀 겁니다. 여긴 명왕성 근처거든요.
로는 이 시장의 주인이죠. 미친 연구벌레들을 피하거나, 우주적인 범죄를 저지른 외계인들은 대부분 이 시장에 모인다고 봐도 됩니다. 즉, 그들을 관리하는 규칙이자 거부巨富. 그의 수중에는 없는 게 없을 겁니다. 이곳을 떠날 방법도 당연히 알고 있겠죠.
오광철:(앉아서 옆에서 열심히 듣는중)
도민호:(수금지화목토천헤명... 까마득하다.) 그냥 벌레에게 형이랑 엔진 펄스도 납치해 달라고 해서 다 같이 사는 게 편하지 않을까... (농담.) 아무튼 로라는 사람이 범죄자들 일짱이라는 거지? 그런 사람들 다루는 방법은 내가 잘 알지... (민호에게 기댄당.) 바로 출발해?
오광철:아, 아니, 다들 이런 덴 안 오고 싶어할 걸요..?! (삐질삐질)
현자:(가만히 듣고 있더니) 그러고 보니 거기 유달리 지구 생물에게 실험하기 좋아하는 벌레가 있던 것 같습니다. 간혹 자기 밑의 부하들을 이끌고 지구인만 선별해서 데려가기도 하니.. 조심하십시오.
배에 파란 세로줄이 세 개 있는 벌레니까 기억해 두는 편이 좋을 겁니다.
도민호:혹시 모르지. 우주여행을 해보고 싶은 사람이 있을지도.
(...) 농담이야.
그보다 명훈 씨 셋... (중얼.) 기억했어. 걔만 조심하면 된다는 거지?
현자:네, 아마 그 벌레만 기억해두셔도 괜찮을 겁니다.
로를 찾고 계시는 거라면 그의 은신처로 가는 길을 알려드리겠습니다.
현자는 로의 은신처로 가는 지름길을 알려줍니다.
도민호:(오, 지름길.)
로를 곧바로 찾을 수도, 시장 구경을 조금 하고 갈 수도 있습니다.
도민호:(바로 가자~~~)
오광철:그, 근데.. 맨 손으로 가도 괜찮을까요... 공짜 정보를 주진 아, 않을 것 같은데.. (걱정하며 찰딱 붙어있다.)
도민호:응? 뭐라도 사가? 아까 훔친 돈이 좀 있는데... (현자에게 돈 보여준다.) 돈 이정도면 적당한 선물 살 수 있어?
현자:(돈 대충 세어보더니) 흠, 간단한 인사치레용 선물 정도는 할 수 있겠네요.
모쪼록 지구로 조심히 돌아가시길.
도민호:고마워 멋있는 눈이 마법사님. 또 보지 말자. (손 흔들고 밖으로 나선 뒤, 시장 둘러보며 손에 든 돈을 공중에 던졌다 받기 반복한다.) 외계인은 어떤 선물을 좋아하려나... 민호는 뭐가 좋을 거 같아?
오광철:(현자에게 꾸벅 인사하고 간이 치료소를 함께 나온다.)
으음.. 그, 글쎄요... 역시 우주감로주일까.. 그건 쉽게 구할 수 있을 것 같아 보였는데...
간이 치료소를 나오며 몇 가지 사실들에 대해 깨닫습니다.
여기에 인공 대기가 구성되어 있어 우주인데도 숨을 쉴 수 있다는 것.
외계인과 말이 통한다는 것.
이런 편리한 사실들은 동시에 공포를 주기도 합니다.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겠고 지구로 돌아갈 방법이 묘연하다는 것.
이 외계 종족들은 이 광산과 시장의 규칙 아래에서 여러분에게 호의를 베풀지만, 규칙이 존재하지 않다면 쉽게 죽일 수도 있단 것.
이런 사실의 반증이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지금 할 수 있는 건 로를 찾는 것 밖에 없으니, 너무 심란해하지 말고 시장 구경이나 좀 해 봅시다!
도민호:(주변 외계인들 힐끔...) 아, 근데 우주감로주가 뭐길래 그게 있으면 지구로 돌아가기가 편하고 우리도 이미 마셨다는 거야?
오광철:그, 글쎄.. 제가 알기론 우주 여행을 할 때 몸을 보호해주는.. 액체? 같은 거라고 하던데..... 그.. 그래서 마신 거예요. 아, 아까 외계인이 말한 대로 지구까지 헤엄쳐 가긴 좀 힘들겠지만..
도민호:우주여행 패키지 엄청나네... 우주감로주는 무슨 맛이야? (감로주 파는 곳이 있는지 찾아본다. 있으면 가격도!)
로:호오... 보석? (흥미롭게 눈을 빛낸다. 스프를 재차 한 번 다시 후룹, 마시고 광철에게 관심을 가진다.) 그래, 그 정도 호의라면 이해해 주도록 하지. 허나... 우주 감로주는 진품인지 가품인지 잘 확인하고 샀어야 했을 텐데. 여긴 워낙에 무법지대라 사기꾼들도 많거든... 그래, 물을 섞어 판다거나... (켈켈 웃으며 스프 잔을 옆의 탁자에 내려놓는다.)
그것은 혹시 지구의 보석인가.
도민호:응. 보석. 작은 거고 산지도 어딘지 모르지만 아무튼 반짝이지? (천천히 다가가 로의 손 위에 보석 올려놓는다.) 감로주는 미안. 우리 배운 게 없어서 뭐가 진짜고 가짜인지 몰라. 아는 사기꾼에게 좀 더 열심히 배워둘걸. (말하며 스프로 시선 옮긴다. 손가락은 인간의 손가락인가?)
로:(흐음... 건네받은 보석을 유심히 관찰한다.) 아아.. 작고 예쁘지만, 산지를 모르면 안 되거든, 안 돼... 내가 취급하는 보석은 지구에서 온 것들 뿐이거든. (탐욕스럽게 웃으며 말을 이어간다.) 그래서, 너희들의 진짜 목적은 뭐지? 보아하니 인간들 같은데...
보석을 건네며 가까이 다가가서 슬쩍 보니 인간의 손가락.. 같습니다.
오광철:로, 로 님... 저, 저희는 불시착한 인간들인데요... 집에 가고 싶어요... (넙죽 엎드린다.. 광철의 몸으로.) 로.. 로 님이라면 집에 갈 수 있는 방법도 아, 아시고 계시지 아.. 않을까 해, 서... (비굴해보인다.)
도민호:(내 몸으로 그러지 마...) 아무튼 쟤가 말한 것처럼 집에 가고 싶은데 도와줄 수 있어? (다시 민호에게 다가가 손을 살핀다. 내가 오늘 커플링을 하고 나왔을까? 그렇다면 지구의 보석이 있을 텐데...)
안타깝게도 소지품에 커플링은 없습니다.
도민호:(적어둘걸~!)
로:흐음.. 보아하니 너희들은 확실히지구인들이 맞는 것 같군. 인간이라 어림짐작했건만, 역시 그랬어. (다시 수프를 그릇째 들어 천박하게 입에 부어 마신다. 우두둑, 뚜둑, 와그작. 뼈 부러지는 소리가 공허한 방에 울린다. 입가에 붉은 액체를 덕지덕지 묻힌 채로 로가 말한다.) 그래... 방법은 하나 있지.
하지만 이런 걸로는... (작은 보석을 탁자 위에 내려놓고 밀어 둔다.) 안되지, 안 돼.
나에게 지구의 보석을 주면, 우주 감로주와 타고 갈 비야키를 마련해주지. (발 끝으로 발 밑에 앉아 있는 비야키를 툭툭 친다.) 대신, 둘 다는 안 돼. 어차피 비야키는 1인승이고... 남은 한 녀석은 여기 남도록.
오광철:(광철씨... 보석 없죠... 라는 눈빛으로 쳐다본다)
도민호:지구에서 오지 않은 인간도 있어? 신기하네. (그보다 먹는 방식이 천박해. 기분 나빠~) 미안해. 나 오늘 커플링 안 하고 왔대. (엔퍼 큐빅 반지도 없나? 민호 손가락도 살펴봐용.) 삐약이 힘내면 2명까진 될걸? 이거 (광철이 몸) 작아서 휴대성 좋아.
오광철:... 타, 탈옥은 아니고.. 여기서 여러 번... 광철씨는 기억 안 나겠지만.. (허망한 표정이다. 깊은 한숨 한 번 쉬고...) 다, 다친 덴 없죠.
도민호:(몸 살핀다.) 다친 곳 없는 거 같은데? 근데 진짜? 여러 번이나? 왜 하나도 기억이 안 나는데? 거짓말.
오광철:... 어차피, 여기서 기억을 또 잊어도 원점으로 돌아가는 거니까... (뜸 들였다가) 그, 그냥.. 다 말할게요. ... 왜 우리가 여기 왔는지는.. 이건 지, 진짜 몰라요... 어느 순간 뚝 떨어졌던 것 같은데... 이.. 인간의 이해 범위 밖에 있는 일이 일어난 게 아닐까 싶어서... (고개를 푹 숙인다.)
... 어.. 사실 저.. 저보단 광철씨가 더 심했죠. 아까도 말했듯이.. 기, 기억 상실 증세가 조금 있어서... 자주 기절하고.. 앞서 말한 것도 잊어버려 버리고... 그, 그래서 혹시... 저도, 그럴까봐.. 메모장에 잊으면 안 되는 것들을 좀 적어뒀었어요..
도민호:어느 순간? (...) 얼마나 됐어? 며칠이나? 오래 형이 나 찾는다고 여기까지 따라오면 어떡하지. (애초에 올 수나 있나?)
... 아 내가? 기절하고 기억 날아가고 그랬다고? 진짜? (종이 다시 확인한다.) 신체 개조는 그럼 뭐야?
오광철:으음... 아직은.. 저, 저희가 정신 차린 지 하루 정도 돼 가는 것 같아요. 신체 개조는... 실험을 받은 것 같은데... 기, 기절한 척 하면서 들어보니까, 이.. 인간은 너, 너무 연약해서 우주에서도 살 수 있게 개조해야 한다나 뭐라나.. 그, 그리고 뒷목에 이상한 것도 넣어져 있고요... (뒷머리 걷어올려 다시금 보여준다. 아까도 봤던 보랏빛이다.)
그치만... 중요한 기억은 다 남아있는 것 같으니 그나마 다행이죠.. 지, 지구로 돌아가야 하는 이유 같은 것 말이예요...
도민호:이 모든 일이 하루 만에 일어났을 리는 없으니 정신 차린 게 하루라는 거고 처음 온 건 더 됐다는 거지? (아무튼 상황은 대충 파악했다. 눈앞에 보이는 뒷목 만지작거리다 허공으로 시선 돌린다.) 예전에 나갈 땐 어디로 나갔어? 지금 바로 또 탈출할 수 있어?
오광철:그.. 그렇죠. ... 바, 반항도 해 봤는데... 벌레들이... 우릴 귀여워 하는 느낌이라.. 윽. (기분 나쁜 얼굴을 하더니 작게 헛구역질한다.) ..... 그래서, 어떻게든 탈출 해보려고 했는데.. 다시 잡혀 들어와 버렸네요.
으음, 저.. 저희는 환풍구로 한 층씩 기어 올라갔었어요. 연구실들도 위로 올라갈수록 많으니까... 겨, 겸사겸사 저희 몸을 바꿀 방법도 가능하다면... 찾아보고. (환풍구 쪽으로 걸어가더니 조심스럽게 주위를 살핀다.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한 뒤, 드득! 하고 환풍구 문을 뜯어낸다.) ... 이, 이쪽.
도민호:벌레가 우릴 귀여워한다고? 왜? 싫어... 날 귀여워하는 건 형으로 충분한데... (표정 꾸깃하며 등 두드려준다.) 벌레는 우리를 왜 잡는 거지? 신체 개조까지 해가면서, 귀여워하며... 반려 인간 같은 건가...
(혼자 중얼거리며 환풍구 내부를 확인한 뒤 몸을 옆으로 비킨다.) 너 먼저 들어가. 난 길 모르니까. 그리고... 몇 층까지 있어? 여긴 몇 층이고?
오광철:그러게요.. 반려 인간, 이라는 건 지.. 진짜 싫네요... (혼잣말 질색팔색한다.)
어.. 몇 층까지 있는진 모르겠지만... 꽤 고층까지 있었던 것 같아요. 여, 여긴 제일 아래층일 거예요. (끙차, 먼저 들어간다.) 따라와요...
연구소는 곳곳에 물 흐른 자국이 말라붙어 있는 폐허에 가깝습니다.
날개 달린 벌레들이 기거하는 곳이니 거대한 벌집처럼 생겼고, 계단 없이 위로 몇 층이나 뻗은 공간도 있습니다.
아까도 말했듯─ 기억을 잃기 전, 광철과 민호는 환풍구를 이용해 한 층씩 기어 올라가는 식으로 도망쳐 나왔습니다. 하늘을 날아갈 순 없으니까요.
실험체 케이지는 연구소의 최하층에 있습니다.
전진 및 상승을 반복해서 연구소를 탈출해봅시다.
도민호:갈 길이 머네... (열심히올라간당.)
환풍구는 축축하고 끈적한 게, 생물의 내장을 탐험하는 기분이 듭니다.
다행인 건 손에 잡히는 것도 많고, 사다리 같은 구조물도 있어서 수직으로 올라갈 수 있단 거죠.
환풍구엔 간혹 철망으로 뒤덮인 입구가 있어서 실내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보이는 건 대부분 미고가 지나다니는 복도거나 광물을 쌓아둔 창고, 광물을 연구하는 실험실입니다.
그때 유독 환한 빛이 새어나오는 실험실이 보입니다.
도민호:(생물의 내장... 혹시 모르니 주먹으로 환풍구 벽 때려본 뒤 실험실 내부 살펴봅니다!)
주먹이 운다.
도민호:(아야.)
벽은 단단합니다... 민호 몸의 손등 피부가 까집니다.
도민호:민호야 미안해.
오광철:... (식은땀 뽀록 흘림)
안쪽에는 배 부분에 파란 줄이 그어진 미고와 의자에 묶인 인간이 보입니다.
그 옆에는 원기둥 모양의 이동형 물탱크가 있는데, 아랫부분이 마치 회전의자처럼 생겼습니다.
치과의자 같은 것에 엎드려 묶인 인간은 내내 비명을 질러대고 있습니다.
미고가 인간에게 산소마스크처럼 보이는 것을 씌워 어떤 연기를 투입하자 삽시간에 조용해집니다.
푸른 에너지가 지직거리는 통로는 점점 넓어지고, 그러더니 다시 좁아져 하나의 선으로 향해갑니다.
여러분은 몸이 자유롭고 붕 뜨는 걸 느낍니다.
달리고, 달려서.
포털의 바깥으로 카트를 몰아가면, 어느새 청량한 바람이 불어오고 밤하늘엔 익숙한 달과 별이 떠 있습니다.
매끈한 연구소 바닥이 아닌 거친 아스팔트 도로가 바퀴에 느껴집니다.
도착한 곳은 조금 익숙한 도시입니다.
야경이 보이고 차의 엔진과 경적이 들리는 평범한 도시입니다.
따라서 우주를 뛰어넘은 통 속의 뇌들이 질주를 멈추지 못하고 뱅글뱅글 돌거나 자기들끼리 부딪쳐 쏟아지고 뇌수를 출렁이지만, 그런 건 사소한 문제입니다.
오광철:(인천인가 서울인가...)
도민호:시, 신기한 감각이야...
오광철:응. 그렇네...
도민호:아, 아까까지의 일은 최악이었지만... 야경이 발 아래에 있다는 건.. 기분이 좋은 것 같아요...
오광철:그건 모르겠고 피곤해서 빨리 집에 가고 싶어. 민호 돈 있어? 집 가게 이천 원만. (지하철비...)
아 맞다, 아까 광철이가 대표자로 주문을 사용했습니다.
오광철 마력 -3, 도민호 마력 -1, 뇌들 -1
도민호:아, 교통비... (대충 어디쯤에 도착한 건지 주위를 빙 둘러본다. 번쩍거리는 야경 가운데에 익숙한 장소가 눈에 띤다.)
어... 학교다.
광철씨, 그.. 그냥, 저희 집에서 한 잠 자고 가요. 인천까지 가는 거 피곤할 것 같은데...
지혜씨한테 문자 한 통 남기고요...
오광철:응. 잘래 그럼. (핸드폰 키자 부재중 잔뜩..................... 일단 문자만 남긴 뒤 통 속의 뇌 보고) 선착순 한 명 반려 뇌 될 사람.
도민호:바, 반려 뇌는 뭐예요... 저 뇌들도 자유를 찾아 떠나고 싶을 거라구요.. (황당한 웃음을 살짝 보인다.)
... 지혜씨나 애들한테 말하면 믿어줄까요? 공중에서 산책한 거..
오광철:그런가? 저 상태로 뭘 할 수 있을 거 같진 않은데. 뭐 싫으면 알아서 하고. (우주 기념품 느낌으로 가볍게 말했던 거라.) 다정이나 현우는 모르겠는데 형은 믿지 않을까? 내가 하는 말인데...
도민호:그, 그런... (굴러다니는 뇌들 봄..)
하아... 사실은 납치당했다고 말하는 편이.. 조, 조금 더 신빙성 있긴 하죠.. 미, 믿어주는지 안 믿어주는지 나중에 물어봐야겠어.
(완전히 착지한 뒤 광철이 탄 카트를 조금 끌며 주변을 살핀다. 드르륵, 드르륵. 익숙한 홍대입구 주변이다.) .. 그래도 가깝게 착륙해서 다행이예요. ... 피곤할 테니까, 어.. 어서 저희 집으로 가요.
저어.. (카트 앞으로 와서 손 내민다.) 광철씨, 수고 많았어요.
오광철:한국에서 말하는 뇌 26개가 발견되었다... 실험체로 이용당하는 것 밖에 안 떠오른단 말이야. 그럼 알아서 살겠지 뭐... (손잡고 카트에서 내린다.) 며칠 안 보이던 아들이 사실 친구랑 납치되었다 돌아왔다고 하면 민호네 가족 놀라는 거 아냐? (안 믿어도 일단 안 돌아왔던 건 사실이니까.)
나 배고파. 빨리 가자.
도민호:... 그러게요, 놀라겠어요. 하, 하지만 돌아온 것 자체가 좋은 거니까... 어.. 어쨌든 다행인 결과니까요.